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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chemy-Core] Rubedo : 피와 열정은 붉다.Occult Essay 2024. 9. 14. 12:06
Rubedo(이하 적화)는 연금술의 최종 단계로 완성과 성취, 통합의 단계이다.
물질/정신/영적 변형이 완성되는 시점인 적화는 연금술에서 최고의 단계로 간주되는데, 이 단계에서 연금술적 과정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는 [현자의 돌]이 창조된다.
즉, 이 단계에서 Magnum Opus(위대한 작업)이 완료된다.
지난 글에서 말한 하얀색을 의미하는 백화에서 순수하게 정화되고 빛을 보았다하더라도 사람은 그것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사람에겐 몸속에 활발하게 도는 피가 필요한데, 이 피는 적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백색의 상태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삶을 살아갈 수 없는데, 순수하지만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상태로만 남기때문이다.
사람이든 물질이든 상징적인 의미에서 그것이 살아 움직이려면 피가 있어야하고, 연금술사들이 적화라고 부르는 생명이 지닌 붉은색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붉은색은 적화 단계를 겪어야 얻을 수 있는데, 직접적인 술사의 경험만이 이 이상적인 상태를 완전한 인간의 존재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
이 피를 통해 그림자는 더이상 자율적인 존재가 아니며, 정신의 통합 과정에 의해 밝은 빛에 사그라드는 실제 그림자처럼 온전히 자아에 합류하게 하여 영광스러운 의식의 상태를 얻게된다.
이 단계에서 연금술사가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기 전 기존 단계에서 얻었던 정신/영적 결과를 새롭게 재정립된 자아에 통합시키고 완전한 자아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를 수반하게 된다.
적화라는 단계는 기존의 흑화와 백화의 과정과는 다르게 능동적이고 깊은 통찰력과 새롭게 경험한 것들을 종합하고 스스로에게 입증시켜 무너진 이전 자아의 패러다임을 재건축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때문에 완료되기까지 다소 긴 시간이 필요하다. (때로는 수 년이 걸리기도 한다.)
적화는 단순히 물질세계의 변형을 넘어 영적인 통합과 완성을 상징한다.
연금술의 초기 단계인 흑화에서 물질은 해체되고, 백화에서 정화되어 순수한 상태로 돌아간 후 적화 단계에서 이 순수한 물질이 완전히 통합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변성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내면적 성장의 끝에서 자아가 모든 대립적인 요소를 하나로 통합하고 개인의 정신적인 것과 영적인 것의 통합 의미하는데, 즉 내면의 갈등을 해결하고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이 반영된다.
그렇게 변성되어 완성되는 것이 현자의 돌이다.
현자의 돌(Philosopher's Stone)의 창조는 적화의 완성으로 나타난다.
현자의 돌은 연금술의 궁극적인 목표로 모든 물질을 금으로 바꾸고 불사의 힘을 준다고 믿어져왔다.
흔하게 위와 같은 비유를 많이들 했기때문에 연금술은 금을 만드는 기예라고 생각해왔으나, 이는 단순한 물질적인 의미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적 완성을 상징한다.
현자의 돌은 완전한 지혜와 영적 깨달음을 상징하며, 인간이 완전히 변성되어 자신의 존재성 기준 최고의 상태에 도달했음을 나타낸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연금술이 인간의 내면에 끼치는 영향과 그 의의이다.
적화는 정신적/영적 해방과 재생을 상징하는데, 이는 인간이 자신의 내면적 갈등과 혼돈을 극복하고 완전한 자유와 자아 실현에 도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단계에서 연금술사는 새로운 빛과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고 그림처럼 묘사하자면 단단한 알껍질 속에서 완전한 존재로 깨어나는 것과 같이 보인다.
이로서 완성된 개인은 다시 세상으로 내보내지게 되는데, 연금술의 전체 과정이 단순한 물질의 변형을넘어 인간 내면의 변형과 성숙을 상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개 술사들이 연금술 과정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외부적 변화인데 완성된 결과물이 내면의 성숙이라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거라고 보지만 혹여 모를일이니 이야기하자면,
적화라는 단계는 종종 결혼이라는 개념을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결혼이 태양(남성적 원리)과 달(여성적 원리)의 결합을 의미하기 때문인데, 여기서 태양과 달이란 물질적인 세계와 정신적인 세계의 통합을 상징하며 이 결혼은 우주의 모든 대립되는 힘들이 조화롭게 결합하여 하나의 완전한 형태로 나타나는 순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연금술사는 내/외적인 모든 면에서 완전한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술사를 괴롭히던 현실에 더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다면 박차고 나아가 더 높은 곳을 향할 수 있고, 멀쩡한 현실에서 홀로 적응하지 못해 사람으로 살지 못하고 있었다면 그 환경을 휘어잡고 왕이 될 수 있는 자가 되는 것이다.
영적 불멸을 상징하기도 하는 적화 단계까지 마쳤다면 이미 연금술사의 영혼은 우주적 진리와 연결되어 영원한 삶을 산다는 철학적 개념이 완성되는데, 완전한 진리를 지닌 연금술사가 더이상 수동적인 삶에 매여 고통받을 이유가 없을 뿐더러 스스로가 처한 환경을 어찌보면 마법처럼 바꿀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칼 융의 연금술 적화 단계의 심리학적 의의를 언급하고 끝내고자 한다.
연금술적 과정 자체가 [개인화 과정]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그중 적화는 자아와 무의식의 요소들이 통합되어 완전한 자아실현을 이루는 단계로 해석한다.
여기서 개인화 과정이란 자아가 무의식의 그림자, 아니마 또는 아니무스 등의 대립적 요소들을 받아들이고 통합한 후 개인이 스스로의 모든 부분을 인식하고 수용하며 [전체적 자아]로 재탄생하는 시점을 상징하는데, 인간이 내적 상처를 극복하고 더 높은 수준의 영적 깨달음을 얻게 되어 자기초월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넘어 더 넓은 의식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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